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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맨부커상 수상자 데보라 스미스 (Debora Smith)기고

한국문학 번역과 함께한 나의 여정

내가 문학 번역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과정은 꽤 남달랐다. 특히 여기 영국에서 내가 아는 번역가들은 대부분 교육, 가족 행사, 개인적 인연 등 어떤 형태로든 해당 언어나 문화를 경험한 계기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영문학을 전공한 22살의 학부 졸업생으로 별다른 재주가 없던 나는 문학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소설을 좋아했고 주로 번역서를 많이 읽었기 때문에 그것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유일한 문제는 내가 아는 외국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어를 선택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꽤 큰 선진국임을 알고 있었고 문학 작품의 출간도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서점에서는 영어 번역서를 찾아볼 수 없는 몇 안되는 언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큰 한인 사회가 조성되어 있고 그만큼 비중 있는 한국학 과정들이 개설된 덕에 많은 한글 원서가 번역 출간되어 유통되는 미국에 살았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2010년 내가 런던대학교 동양 아프리카대학(SOAS)에서 한국학 석사과정을 시작했을 당시 영국에는 한국 문화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나는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면서 국제교류진흥회의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사업 지원금을 받았다. 덕분에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고 문학 번역에 관심을 계속 집중할 수 있었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1년에 최소한 하나의 번역물을 제출해야 하는 조건이 없었다면 문학 번역은 내가 지금 당장 전력을 쏟아야 하는 일이 아니라 아마 미래의 모호한 꿈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책 한 권 분량으로는 나의 첫 출판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를 펴내게 된 과정 역시 특이했다. 나는 그 책에 매료됐고 그 스타일과 미학적인 측면 때문에 번역을 해보고 싶었다. (번역가들은 어떤 책을 번역할지 절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샘플 번역을 하고, 번역기금의 지원을 신청하며, 출판사의 번역서 전문 편집자들에게 작품을 설명해야 한다. 그런 후 샘플 번역에 만족하여 계약을 제안해 주기를 기다린다.) 나는 한강과 그녀의 작품에 친밀감을 느꼈다. 하지만 내게 처음 그 책에 끌리게 된 이유를 묻는 사람들은 내가 한국의 현대 소설을 많이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사실 <채식주의자>는 내가 한국어로 읽은 첫 소설이었다. 2011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게 된 영국의 한 출판사가 저작권 에이전시로부터 받은 책을 건네주며 샘플 번역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몹시 당황했다. 인터넷상의 약력으로는 ‘한국문학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이었지만 바로 1년 전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한국어 책 한 권을 완독하려고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후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늘어난 실력으로 다시 번역한 샘플을 출판사에 제출했고, 한강의 글이 지닌 탁월함과 아름다움을 알게 된 출판사가 내게 첫 계약을 제안했다.

지난 9월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하여 이제 나는 학생 신분에서 벗어났다. 앞으로도 한강과 배수아의 작품을 중심으로 문학 번역을 계속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6편의 소설과 2권의 단편소설집을 번역했는데, 그중 3권은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또한 나는 새로이 주목받는 한영 번역가들을 돕는 데 힘쓰고 싶다. 해마다 영국문학번역센터여름학교에서 열리는 한국어 워크숍의 책임자로서 나는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고 격려하며 그들과 토론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들 중 일부도 국제교류진흥회의 지원금을 받았다. 나의 이러한 활동이 2017년에 연세대학교를 시작으로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SOAS에서 내 지도교수였던 그레이스 고 박사는 학생들끼리 서로 도와주는 문화를 조성했다. 선배 김경수와 김미영은 내가 번역을 검토할 때 도움을 아끼지 않았으며 후배들은 모두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피 보우먼(Sophie Bowman)은 시 번역으로 상을 받았고, 비비안 오베라스(Vivian Overaas)는 현재 한강의 책을 노르웨이어로 옮기고 있으며, 앨런 심슨(Allan Simson)은 한국 문학에 관한 재능 있는 학자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교수님과 동료, 동창생 및 후원자들로부터 받은 이런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성과를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대중 앞에 서게 되면서 책임이 무거워졌음을 느낀다. 한국문학을 사랑하고 번역 작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번역서 출간을 위하여 한국 원서를 검토하고 북클럽을 이끌며 다양한 행사에서 연설을 한다. 지난주에는 한강과 함께 행사를 위해 난생 처음 파리에 갔고, 이어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열린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주에는 ‘세계 번역의 날’ 행사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다음에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미국 역시 첫 방문이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 회의에 참석한 후, 배수아 작가와 함께 미국을 여행할 예정인데, 나의 첫 번역작인 배작가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영국으로 돌아온 다음 날에는 두 번째 여행을 시작할 예정인데 이번에는 출판인 자격으로 떠난다. 2015년 나는 다양한 아시아 소설을 번역하여 해외판으로 출간하는 틸티드 악시스라는 비영리 출 판사를 세웠다. 대산문화재단이 황정은 작가를 위해 마련한 이번 여행은 역시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정예원이 번역한 황작가의 소설 <백의 그림자>(One Hundred Shadows)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에 우리는 두 번째 한국 책 번역서로 재닛 홍(Janet Hong)이 번역한 한유주 작가의 <불가능한 동화>(The Impossible Fairytale)를 펴낼 예정이다. 나는 국제교류진흥회가 후원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번역 워크숍에서 한유주 작가를 처음 만났고, 재닛(Janet) 역시 국제교류진흥회의 한국문학 번역가 양성사업 지원금을 받았다. 이런 좋은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Translating Korean Literature: My Journey So Far

My path to literary translation is fairly unusual. The majority of other translators I know, especially here in the UK, had some form of connection with a given language or culture - through education, family holidays or personal relationships – which then became a gateway to translation. For me, it was the other way around. At the age of 22, having graduated with a BA in English Literature but not much else in the way of skills, I decided that I wanted to be a literary translator because I loved fiction, read mostly books in translation, and thought it was something I might be good at. The only problem was that I didn't know any foreign languages; I chose Korean because, though I knew South Korea to be a relatively large, developed country which presumably had a thriving literary scene, it was one of the few languages for which I'd never been able to find any English translations in the bookshops. If I'd been in the US, where the majority of translations were published and sold thanks to the large Korean-American community and equally sizeable number of Korean Studies courses, things would have been different. But in the UK in 2010, when I started an MA in Korean Studies at SOAS (University of London), Korean culture was very little known, and the language little studied. The ICF Translation Fellowship, which I received when I moved on to a PhD, gave me the financial security necessary to continue with my studies while also ensuring that my focus remained on literary translation. If it hadn't been a condition of the Fellowship to produce at least one piece per year, literary translation could easily have remained a vague dream of a future career, as opposed to something I needed to throw myself into right away.

The route to my first book-length publication, Han Kang's The Vegetarian, was equally idiosyncratic. I fell in love with the book, and wanted to translate it (translators never get to 'decide' for themselves whether they get to translate a given book - we produce samples, apply for funding, pitch to international editors, and hope they like our work enough to offer us a contract) for reasons of style and aesthetics, because I felt an affinity with this writer and her work. But when people ask what initially attracted me to the book, they're often assuming that I'd read widely in contemporary Korean fiction, but in truth it was the first novel in Korean I ever read. In 2011, when a UK publisher who I knew through social media told me they'd been sent a copy by the book's agent and asked if I could translate a sample for them, I was too embarrassed to explain that, despite having 'Korean Literature PhD student' in my online bio, I'd only started studying the language the year before, and had certainly never attempted to read an entire book in Korean. It took another year and a half before my translation skills were good enough for the publisher to whom I sent the reworked sample to see the brilliance and the beauty of Han Kang's writing, and to offer me my first contract.

Last September I submitted my PhD thesis, closing the door on my time as a student. I'm determined to carry on with literary translation, especially of works by Han Kang and Bae Suah - I've currently translated a total of six novels and two short story collections, three of which are scheduled for publication next year. I'm also keen to support emerging Korean-to-English translators. As workshop leader for Korean at the British Centre for Literary Translation's annual summer school, I've had the pleasure of advising, encouraging and debating with several talented people, some of whom have also received the ICF Fellowship, and am looking forward to a similar format at various universities in South Korea, starting with Yonsei in 2017. At SOAS, my supervisor Dr Grace Koh fosters a culture of mutual support among her students; my seonbae Kyeong-Soo and Miyoung Kim have been unfailingly generous in helping me check points in my translations, while my hubae are all distinguishing themselves: Sophie Bowman won a prize for her poetry translation, Vivian Overaas is currently translating Han Kang's books into Norwegian, and Allan Simpson is making a name for himself as a talented Korean literature scholar.

I'm keenly aware that without this support, from professors, colleagues, fellow students and funders, I would never have achieved what I have so early on in my career. I'm also aware of the responsibilities that come with a public platform. As an advocate for both Korean literature and the art of translation itself, I review books for national publications, chair book clubs, and speak at a variety of events - last week, I went to Paris for the first time for an event with Han Kang, followed by an academic conference at Oxford University; this week, I'll be speaking at a London event for International Translation Day before getting on the plane to the US (another first for me) to give a lecture at Princeton University, attend the ALTA conference, and travel around the country with author Bae Suah to celebrate the launch of A Greater Music (The Essayist's Desk in Korean) - the first book I ever translated.

The day after I return to the UK, I'll be embarking on a second tour, but this time as a publisher. In 2015, I founded Tilted Axis as a not-for-profit press focusing on contemporary international fiction, translated from a range of Asian languages. This tour, for author Hwang Jungeun, is generously sponsored by the Daesan Foundation, who have also funded Jung Yewon's translation of her novel One Hundred Shadows, which the tour is celebrating. Next year we'll publish our second South Korean title, The Impossible Fairytale by Han Yujoo, in Janet Hong's English translation - an author who I first met at an ICF-sponsored translation workshop at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and a translator who has also been a recipient of the ICF Fellowship. It's a neat tie-in to a relationship that I hope will continue in the years to come.